어젯밤, 밖을 바라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영국이 안개의 나라라고 들어본 것 같긴 해도, '아, 정말 심하다,'랄 정도의 안개를 경험해 본 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차라리 의외의 안개라는 느낌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안개는 전혀 걷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해진 것만 같았다. '아... 해 쨍하면 크리스마스 센터가서 구경하려고 했는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파트 단지와 뒤로 보이는 벌칸밀의 굴뚝.
날씨가 구리다고 해서 그날을 공치면, 영국에서는 뭘 할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공치기를 밥먹듯 하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나가야겠다는 의지 한가득. 옷을 '주서입고' 나섰다.

아파트 단지 출구, 그리고 안갯속의 이슬링턴워프.
이사하고 이렇게 안개가 심하게 낀건 처음 보는지라 시내로 걸으면서 계속 두리번두리번. 고요한 토요일 낮, 어슴푸레한 안개,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안갯속 벌칸밀.
이슬링턴워프 직전의 운하 수문에서 뒤를 돌아보니, 안갯속 벌칸밀이 꽤 볼만하다.. (아, 난, 운하 사진을 올릴때마다 "야이씨 이꼬라지를 전국적으로 하고 싶다는 말이냐!!!"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안갯속 이슬링턴워프와 벌칸밀. 다리위로 마을버스도 지나간다.
안개가 신기해서 운하를 따라 시내로 걸어가면서 계속 뒤를 돌아다봤다. 두리번두리번.

피카딜리 가든. 뒤로 프라이마크와 데벤헴이 보인다.
전에 설치한지 불과 몇일만에 '골로 간' 전등트리는 복구되어 있었고, 피카딜리에는 아이스링크 설치를 이제 막 시작한 터였다. 바야흐로 겨울!!

쇼핑스트리트 일대.
쇼핑 스트리트를 돌아 시청앞으로 가려는데, 거기에도 노점상이 늘어섰다. 분위기 쩜 좋은데?!?!

자잘한 장식거리와 모빌들을 파는 노점.
길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가 의도한 위치에 선다는게 불가능했으니. 앞으로 사진에 모르는 이들의 뒷통수 작렬할 수 있음.

반짝거려 잘 안보이지만 모두 '초'이다. '맥주초'가 유난히 탐스럽구나.
시내가 온통 축제분위기이다. 안개로 인해 습도가 높은 것도 그렇지만, 그 습도높은 공기가 너무 너무 너무~~~~~~~~~~~ 찬 바람에 목이 칼칼했는데, 그래선지 따뜻한 멀드와인이 인기였다.

멀드와인을 시켜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이게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그냥 흔한 쇼핑센터 골목이다. 명동 노점상 사이에 저런 테이블을 갖다놓고 막걸리 한다고 상상하면,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듯 하다. 작년에는 플라스틱 컵을 쓰더니, 올해는 예쁜 머그잔이다. 컵 귀엽던데, 들고 가고 싶을 정도로. 아마 컵보증금류로 한두푼 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식으로 운영될거다. 만체스터는 영국에서도 그나마 친환경 노력을 열심히 그리고 섬세하게 하는 편이다.

쇼핑스트리트를 지나 시청으로 가는 길.
날도 추운데 사람들은 어찌나 많던지. 공기도 정말 찬데 '비가 안 와서인지' 가족들 연인들 많이도 나왔다.

인력거 아저씨
만체스터 센터에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택시와 일부 자가용이 전부. 지하철이 있는건 아니지만 센터 가장자리로 트램이 다닌다. 그럼 센터에서 대중교통은?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만체스터의 대표적인 파격정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거 기다리느니 걸어다닌다.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도심은 대단한 매력.

시청과 올해도 나타난 동글산타.
드디어 시청에 도착. 동글이 산타가 올해도 우리를 맞이하는구나. 참, 영국에서 시청은 City Hall 이 아니고 Town Hall이다.

Hot Roasted Chestnuts라고 써있다.
겨울하면 역시 군고구마와 군밤이 베스트셀러. 영국도 그런가? 밤나무가 그렇게 널렸는데 아무도 밤을 안 줍고 청설모들이 다 먹도록 내버려두는 걸 보며 '미개한 것들, 밤도 먹을 줄 모른단 말인가,' 했었는데, 영국에도 군밤장수가 있다. 영국의 군밤장수는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드레스슈즈를 신었다.

가로등에는 선물이 주렁주렁
가로등 장식도 재탕이다. 예상컨대 어디 잘 모셔뒀다 매년 겨울 꺼내쓰는 모양이다. 하긴 매해 새로 디자인하고 마련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테다.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어섰다.
이건, 정말 오랜만에 겪어보는, '동대문운동장역-밀리오레 상황,' 무조건 직진이다. 한국에서는 늘 이렇지만, 유럽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거 자체가 심하게 이례적이다. 정말 '버글거린다!!'

다양한 와인마개.
가지가지 모양의 와인마개. 아이디어가 넘친다. 주로 사람들 거꾸로 '메다꽂은' 디자인이 인기가 많다.

과일주 파는 곳.
다양한 과일주를 소량으로 파는 곳이었는데, 사진이 흔들렸다. 많은 인파에, 어쩔수 없이 순간을 포착하려니 별의 별 무리수가 다 있었다.

에이즈의 날 행사중인 사람들.
전날 마침 클립 아이들이 '에이즈의 날'을 맞아 빨간리본을 판다고 한 기억이 나 보여주려고 찍었다. 전진만 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찍었더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무심히 가려버리고.

소세지 판매대.
주렁주렁 매달린 소세지를 보라. 영국인들은 역시 이런거 좋아한다. 몰려든 사람 봐라.

인파, 인파, 그리고 인파.
평소엔 휑하디 휑한 시청앞 광장이련만, 오늘은 정말 사람이 미어터졌다. 껴있는거 자체가 노동. 그런데 신기한 건 휠체어와 유모차 모두 어우러져서 미어터진다는 것. 미어터지는 와중에도 그들이 편하게 지날 공간은 모두 마련해준다. 이래서 좋은 나라.
이쪽은 주로 맥주, 핫도그, 파이, 피자 등등 파는 곳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다. 더 힘든건, 먹느라 바쁜 '비이동인구' 피해가기.

빨간 리본 행사.
돌고 돌아 빨간리본행사장 뒷통수를 지나가게 됐는데 무리해서 또 한방 찍었다. 정말 어떻게 해도 모양이 안 나오는 상황. 이거 찍겠다고 무리하는 바람에 뿅가게 캐롤 공연하던 님하들은 못찍었다.

언제나 인기 최고. 독일식 핫도그.
정말,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님하들은 시청앞에 장만 서면 '무조건' 나타난다. 장서면 꼭 맛봐야하는 메뉴.

네델란드 치즈 노점.
여기도 인기코너다. 네델란드 치즈는 정말, 정말정말, 정말정말정말 맛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난히 네델란드 노점이 많다. 만체스터 크리스마스장에 돈 버는건 화란상인.

또 네델란드 노점. 이번엔 시나몬와플.
와플, 맛있는데, 네델란드에서 먹던 가격을 생각하면 봉지당 4파운드는 정말 후덜덜이다. 그래도 인기는 좋다. 커피랑 먹으면 캐맛나는 와플.

프랑스 소세지.
보통 소세지하면 독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프랑스에도 질좋은 소세지가 많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한국에는 야채와 생선을 염장한 식품은 정말 다양한데, 날고기를 염장한 식품은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아예 없나? 내가 기억을 못하는건가? 장조림은 익힌거니 예외로 하자.

파테. 간과 지방이 부드럽게 석인 파테.
파테도 종류가 다양하다. 후추로 '코팅'한 파테가 아주 먹음직스럽구나. 아 근데, 분명 크리스마스장이었는데 어느새 먹거리 탐방임?;;;

프랑스에서 온 양파, 마늘, 귤, 밤, 올리브...
먹거리 탐방하는 김에 더. 프랑스산 마늘이 매우 맛난 종자가 있다 하였는데, 슬슬 판매도 줄고 생산도 줄고 있단다. 유럽에 맛난 야채도 드문 마당에, 아쉬운 사실.

Delfs Blauw.
또 네델란드 노점. 집에도 저런 식의 머그가 두잔 있는데, Delfs Blauw라고 부른단다. 네델란드의 특산품.
독일 노점. 독일 집들을 미니어처로 만든게 재밌다. 용도는? 등잔이다. 안에 초를 켜면 창문으로 붉은 빛이 새어나오게 되어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는 좋은 아이디어.

사탕, 사탕들.
사탕을 파는 곳에 반짝 휑했다. 늘 쉽게 살 수 있는거라서 별로 인기가 없었던지...

독일식 팬케익 하우스.
부침개도 아니고, 팬케익은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유럽애들 좋아하는게 또 팬케익 아닌가. 장사 잘된다.

동글산타.
이리저리 떠밀려다니는 '직진관람'을 하다 잠깐 올려다 본 동글산타. 작년에 갔던 동글산타는 죽지도 않고 또 왔다.

노래하는 순록
이 노래하는 순록도 재방문. 정말 입을 꿀렁대며 노래를 한다.

글루와인바.
역시 바글거리는 곳은 주류를 파는 곳. 크리스마스장 외부로 반출은 못하게 되어있다. 철저하게 안에서만 마시고 산뜻하게 놀다 떠나는게 원칙이다.

크리스마스 나무 판매장.
떠밀리고 떠밀려 결국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풀류'를 파는 곳은 비교적 한산하다.

크리스마스용 장식나무들, 화사한 꽃들.

나무 지킴이 산타.
나무를 파는 산타아저씨다. (켈룩.)

새모이들.
주렁주렁 걸려있는 새모이들. 정원에 걸어놓으면 새들이 배를 채우러 몰려든다. 유럽에는 그 새들을 바라보는걸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 보고 있자면 각종 새들이 와서 노는 모습이 꽤 경이롭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만하다.
꽃들, 새모이들.

링컨스퀘어로.
이제 크리스마스장에서 벗어났다. 길을 건너 딘스게이트로 향하는 링컨스퀘어다. 작년엔 이게 없었다. 더 커진 장 규모도 그렇지만, 길건너 링컨스퀘어 때문에라도 더 신나고 북적인다.

링컨스퀘어.
링컨동상 아래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사람들. ㅎㅎ 링컨의 노예해방운동을
만체스터에서 지지했기 때문에 그 의미에서 링컨동상을 세웠다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더 끝내주게 만들었는데 깍쟁이 런던애들이 '늘 그렇듯' 가져가버리고 좀 덜 좋은걸 세우게 됐다는 말도 주워들은 적이 있는, 바로 그 링컨동상이다.
올리브. 내가 좋아하는 올리브.+_+ 프랑스식은 프랑스식대로, 스페인식은 또 스페인식대로, 중동스따일은 또 그대로 맛있다. 향긋한 올리브.
오늘 마켓 구경의 끝은 재밌는 가방으로.
한국도 죽을똥 싸고 있다고 하지만, 영국도 신용경색 문제가 심각하게 회자된다. 올해 유난히 신나게 북적이는 크리스마스장은 아마
만체스터 정부의 처절한 노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라디오에도 온통 '자~ 경제문제는 잊고 신나게 놀아요~ 어느 펍에서 오늘 무슨 공연~ 어느 나이트클럽 무슨 행사~ 놀아요 놀아~'하는 멘트 일색이니 말이다. 다들 웅크리고 인상 찌푸리고 길에 먼지날리는 것 보다는, 그래도 사람들 쇼핑백 들고 바쁘게 오가는게 보기에도 훨씬 좋은 것 같다. 일단, 시골에 장이 서니, 신난다. (
만체스터를 시골취급하는건 서울시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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