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일기인가.

2010/03/15 03:53

머리가 빙빙 도는구나.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어디까지나 예방차원에서 종합감기약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더니만
한 시간 만에 입질이 온다.

다가오는 한 주를 위해 장을 보고 와서 지나가는 한 주를 장식하는 빨래마저 돌려놓고 드러누우니
약 기운을 핑계대고 한 숨 쳐잘 분위기가 무르익는거다.

장을 보러 가매 마치 눈에 제일 먼저 띈 옷가지를 뒤집어 쓰고 나온 게 뻔해보이는 차림을 하고
거기에 좀 더 둘둘 싸맨 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일본대표단의 전략이 그것 아니었던가.
부끄러운 옷차림을 하고 속도내기.
보통 갈색계열과 분홍계열을 매치하면 귀여운 분위기가 나오는데
이건 여느 더치가 보고는 '네가 추운나라 와서 고생이 많구나'할 그런 옷차림. 것도 나름 봄날이었건만.

하긴 여기 애들이 '네가 추운나라 와서 고생이 많구나' 하는건 순전히 여기 아이들의 무식함.
심지어 여기보다 따뜻한 만체스터의 아이들이 날 보고 감히(!!) '춥지않냐'고 시건방을 떨었지.
너넨 세계지리도 안 배우니... 영국 날씨 주제에...
하지만 한국에는 브루나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거 같다던 브루나이 처자를 기억하며
이런 상황에는 가능한 착하게-_- 한국의 날씨가 얼마나 익스투륌한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곤 하는거다.

하긴 기후차로 따지면 브루나이와 한국의 차이 보다는 한국과 네델란드의 차이가 더 가까운데.
겨울에는 비가 쳐오는-_- 데다 올해 겨울은 올레! 눈이 겁니 와서 잘 몰랐지만
봄바람이 살랑 불려고 하니 날씨가 딱 한국의 동절기다.
해는 쨍하고 공기는 매우 차고 건조한.

아마도 그래서 지금 내 아가미코가 이지경인듯.

영국에 있는 동안에야 전혀 문제랄 것이 없었지 마치 내 아가미코에 꾸준히 수분을 공급받는 듯.
그러나 해협을 건너오니 우선 살이 마구 텄어. 이건 멋진 랑콤크림으로 해결을 봤다.
이제 문제는 숨시기 챠암 곤난한 공기.

이미 사무실에서는 돌아가면서 한명씩 골골 거렸다. 나는 약간의 징후만 보이면 행동개시.
차를 마셔대고 귤을 마구 삼켰지. 그렇게 버티고 버틴게 이제 거의 한 달.

'아픈 상태'와 '안 아픈 상태'의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닷.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아플랑 말랑 하며 안아픈 상태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나는 엣지녀 잘 살아남고 있다.

지금 먹은 감기약이 또 나를 금 밖으로 안나가게 막아주길 바랄 뿐.

오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봐주려고 했지만 참기로 했어. 아가미코나 좀 진정시켜보자스라.

어제 델프트에 있는 이케아 가면서 찬공기를 너무 마셔댔는지. 그래서 영화는 보류.

이케아 가는게 약간 후달리긴 했다. 오밀조밀한 델프트가 너무 귀여워서 구경하고 울랄라 뛰댕기다가
막상 이케아를 들어가니 이제부터 행군 시작이잖아.

걸어야 하는 마트 하면 까르푸가 짱인데. 정말 디지게 걷도록 설계를 해놔서 모두가 같은 곳으로 입장한 후 같은 곳으로 나오는데 그 와중에 자기들이 진열한 상품은 모두 훑고 가도록 되어있다.
중계동에서 장렬하게 망해버린 그 까르푸 뿐만 아니라 대륙 쿤밍의 까르푸도 행군의 절정이었어.
정말 도보마케팅의 끝장이구나 했지. 내가 이케아를 만나기 전까진.

이케아는 우리가 요만한 공간에 너네를 요로코롬 걷게 마련해 놨어,라며 대놓고 꼬불탕 지도를 곳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모자라 각 꼬불탕골목에는 최소 열개의 모퉁이를 설치해서 돌고돌고돌게 만들어놨다.
아마 가로질러 직진으로 뛰었으면 고등학교 때 강당보다도 작을거야. 축제 직전에 강당 뒤에서 수다떨고 빈둥거리다 후배들한테 뭐라도 한 마디 하러 가려면 정말 지겹게도 걸어야 했지.
그러니 이케아에선 한바퀴 다 돌기도 전에 지쳐서 마지막 화장실부품과 전구파트는 그냥 속보로 통과한다.
간만에 좁은 곳에서 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 돌고 났더니 집에 오는 길 기차 15분이 여삼추. 그 새 한 숨을 잤다네.

왜 하필 델프트인고 하니 거기에 하나 지어두면 헤이그와 로텔담을 한 방에 잡을 수 있잖아. 일타이피.
그래서 그런지 정말 그렇게 복잡한 이케아는 처음이었다.-_-
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 돌면서 덩치들도 피해다녀야 했어.

여하튼 길다란 책장 두개와 서랍장 하나를 마음에 두고 가서는,
눈으로 확인하고 따봉-_-b! 한담에,
계산하고 배달만 신청하면 되는데 하필 봐둔 서랍장 재고가 앵꼬났... 이 메이저 취향 어쩔...
그렇다고 내일 다시 와서 또 한바쿠 돈 담에 주문을 새로 하자니 나의 주말이 아깝고,
서랍 한 줄을 포기하자니 수납공간이 아깝다.
역시 체력보호;; 차원에서 서랍 한줄을 포기하기로. 맨 윗줄서랍이 제일 비싼거였구나. 비용이 옴팡 줄어든다.

주문 후 배달을 또 주문-_- 하려고 보니 무게가 좀 나가는 바람에 59유로.
게다가 집앞 1층을 넘어 윗층 집안-_- 까지 올라오면 20유로가 더 부과된단다.
야야 땔쳐 땔쳐 내가 지고 올라간다-_-
그러고도 배송은 월요일 저녁 6시에서 11시 사이;;에 된다니. 온다는거니 만다는거니. 차라리 너네가 이해 못하는 '인샬라'가 솔직하지 않니. 그 사이에 오면서 오고 있다고 문자를 날려주거나 전화를 해 줄 것도 아니잖아.-_-
원래 그런 거 안 하는 애들이잖아 너네.-_-

바로 집까지 안 지고 오는게 어디야 하면서 집에 일단 왔는데.
책들 박스에 쌓아놓고, 당장 안 입는 옷들을 몇 달씩 가방에 쳐넣어 놓고도 잘 지냈는데.
막상 책장과 옷서랍장을 사서 정리할 생각을 하니 몸이 단다.

우선 빈칸을 아래부터 마구 채워둔 다음에 위에서 부터 종목별 '정렬'을 해야지.
옷은 이미 어느 정도 나눠져 있으니 빛의 속도로 쳐넣어야지.
그럼 티비를 받치고 있는 책장은 장식장이 되겠구나. 아이 좋아.

원래 정리를 자주 잘 하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하면 맛이 가도록 한다.
해 놓으면 오래 -_- 가는 걸로.

해는 장렬하게 져버렸고 눈치까기 전에 벌써 일요일 저녁이죠.-_-
그제 어제 연달아 매우 늦게 잤는데 오늘도 버티면 월요일이 정말 삭막하지 말입니다.-_- 안 그래도 집에가서 책장 서랍장 조립할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할텐데.
이거 쓰고 뒹굴거리니까 잠이 깨고-_- 있는데 이대로 있다가 일찍 자버릴까, 하지만 좀 너무 말똥말똥한 경향이 있다.
저녁먹고 감기약을 추가 섭취해야지. 조금 일찍.

그래서 좀 늘어지게 자더라도 여유있게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도록.
내일은 병맛의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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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들이닥쳤다!

2010/02/02 04:22

2월이 성큼, 들이닥쳤다.

남들은 작심삼일이라지만, 나는 굉장히 몸사리는 타입으로, 뭐든 처음은 살살 가주는 편.

하지만 뮝기뮝기의 1월은 다 가고 난데없이 2월인고로, 갑자기 허둥허둥 하게 생겼...

는데 착각했던지 일주일 벌게 됐다. Lucky.


어쨌든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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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Password Assistance

2010/01/18 01:51
... 에서 이메일이 왔다. 비번 리셋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데? 내 구글 계정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웬 리셋?

이메일 내용을 보니...

"If you've received this mail in error, it's likely that another user entered your email address by mistake while trying to reset a password. If you didn't initiate the request, you don't need to take any further action and can safely disregard this email."

.......

어떤 십장생이가 내 계정으로 씨름한 듯.

누구냐 넌.

중는다 진짜...

한밤중의 넋두리

2010/01/10 07:00
또, 간만에, 아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궂은 소식 없이, 하나같이 즐겁게 또 열심히 지내고들 있다.

여기에서 비극은 궂은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하틍 한바퀴 돌며 인사를 남기고 나니, 기분이 살짜쿵 좋은 것이,

이대로 새벽까지 책 한 권 붙들고 뒹구리뒹구리 하면 딱 좋을 듯 하다.

다만 어젯 밤 이미 삽질을 한고로 무리.

괜시리 여러 서점 사이트들을 돌아본다. 이미 반년째 갈구하고 있는 기괴발랄한 책도 찾아보고 싶고...

이... 국가를 불문하고 팔아대는 전자책단말기는... 대체 시장동향을 알길이 없이 중구난방이다. 근데 이거 없으면... 전자책 못보는거냐?

알 라딘에서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아본다는 '한 때' 나의 일상... 이제는 엽기 혹은 초현실로 다가온다. 심지어 주문하면 2주내(!!)에 받아 볼 수 있는 영국 내 무료배송 서비스도, 최소한 읽을 수 있다는 매력에 아쉬워진다. 내 사랑 워터스톤즈.

로 테르담에 가라로 11층짜리로 만들어놓은 Selexyz... 전구역에서 영어를 쓰자면 쓸 수 있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기록은 모두 네어로 해버리는 바람에 찍기에 들어간다. 생각나는 대로 검색을 하는데, Cien anos de soledad이 원서로 있어서 반갑군하. 근데... North의 책도, Sempe의 책도 단 한 권도 없다. 헐쿠. 아... 검색기능이 별로인건가.

흠... 우짜까... 잠깐 우짜까 하는 사이 열을 받을대로 받은 랩탑님은 온다간다 말없이 기절해버린다. 이럴땐 블로그의 자동저장 기능이 구세주.

랩탑님을 그만 괴롭히고 조용히 침대로 찌그러져야 겠다. 챕터 6을 통째로 넘겨버린 그 책을 들고.

것참... 기분이 살짜쿵 좋네.


토요일 아침

2009/12/19 20:24
런던에서 공수해 온 미카의 신보 스페셜 에디션,

비로소 커피다운 커피,

롤빵과 훈제 고등어(응?),

눈 덮힌 풍경은 햇살 아래 반짝이고,

머드팩으로 얼굴은 시원하고,

이것 참 됴티 아니한가.

큰아빠

2009/09/02 04:31
  큰아빠 하면 몇 가지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주 어릴적 큰아빠가 수건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모습이나 큰엄마 큰아빠 영균이랑 함께 물놀이 하는 장면은 나중에 사진을 보고 또 봐서 머릿속에 남은 것이고, 내가 큰아빠 출근할 때와 놀러갈 때를 귀신같이 구분해내서 놀러갈 때만 쫓아가겠다고 나섰다는 일화는 친척들 사이에서는 명절 안주감.  그리고 동네에서 뛰어놀다 큰아빠한테 가서 입벌리고 개고기를 맛나게 얻어먹었다는 얘기도 못잖게 유명하다. 근데 이런거 말고, 오늘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얘기해볼까 한다.

  큰집은 늘 우리랑 이웃해서 살았는데, 한 번은 개천 다리만 건너면 되었던 때가 있었다. 할머니도 계시고 영균이도 있으니 매일같이 놀러갔는데, 같은 골목 앞집엔 자주 말썽을 피우는 젊은이랑 그의 어머니가 살고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그이가 그 어머니께 심하게 무례한 행동을 했던 것 같고, 그에 광분한 큰아빠는 좁은 골목에서 그이의 아구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큰아빠가 그이를 향해 여러 말썽은 둘째치고 어머니께 불손하다고 나무라신 거다. 그때는 그렇게 이웃 일에 나서는게 민폐보다는 미덕이었고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젊은이들이 숙이는게 자연스러웠다. 그는 머잖아 큰아빠와 그의 어머니께 용서를 빌었고, 좋게좋게 끝났던 거 같다. 그 때로부터 큰아빠는 '단호할 때도 있는 어른'으로 기억에 남았다. 늘 다정다감하고 재밌는 아빠와는 뭔가 다른,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건 좀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다. 초등학교 때, 새로 개통한 전철역엔 문구점이 들어섰고, 그 앞에선 늘 뭔가 예쁘지만 그다지 쓸모없는 것들을 팔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있고 아이템도 곧잘 바뀌다 보니, 지나가다 종종 멈춰 구경을 하곤 했다. 하루는 한손에 들어오는 통을 팔고 있었다. 안이 깊고 고무재질로 되었고 똑딱이처럼 열면 안에 거울도 들어있는, 반지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넣어놓기 딱 좋은 그것. 천원이었던가 이천원이었던가.  초딩이 재미로 사기엔 좀 비쌌던 것 같다. 친구랑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큰아빠가 나타나서는, 하나 골라보라더니 금세 사주고 가시는거다. 그러면서 영균이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얼떨결에 갖게된 그 통이 친구들한텐 꽤나 자랑거리였다. 그 보석함이라고 불러야하나 싶은 그 통은 아직도 내방 책상서랍에 있는데, 한참 외국동전들을 모아 넣어놓다가 동전냄새가 배는거 같아 비워두었다. 별 까닭없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그날, 서랍을 열 때마다 자연스레 그날이 떠오른다. 지금은 나와있으니 통이 서랍에 여전히 잘 있으리라고 생각 뿐.

여기 오기 전에는 모여서 식사를 하다가 무슨 얘기 끝에 내가 '잘 되겠죠,'라고 대답을 했는데 큰아빠가 '자세가 좋다,'며 칭찬을 하신 일이 있었다. 친척간에 낯간지럽게 칭찬하고 말고 할 분위기는 아니건만 순간 '아, 큰아빠가 이런걸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장학금 소식에 다들 왠지 모르게 축하하기 보다는 시샘을 감추기에 바빴던, 큰아빠만이 호탕하게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역시 우리 큰아빠야' 했던 그날이었던 것 같다.

늘 가까이 살다보니 가끔 불러 '재료가 남다른' 치즈떡볶이를 해주신다던가 재밌는 농담으로 웃겨주시던 거, 나보고 아빠랑 서로 내딸래미라고 하던 기억, 종종 외식하면 같이 불러내어 먹던 거 등등 생각하자니 끝이 없다. 지난 번 한국 들어가던 날 마침 큰아빠 생신이었는데, 나 온다고 특별히 식당예약까지 바꿔가며 불러주셔서 두 집이 함께 했었지.

내가 까불까불하면 농담반진담반으로 '저녀석이 저거' 하고 웃으시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런 큰아빠가 이제는 이세상에 안 계시단다. 지난 주말만 해도 엄마가 늦기 전에 큰아빠 한번 뵈어야 할거 같다고 그러더니, 아빠가 병원 한번 더 가보고 얘기해준다고 했는데, 돌아가신줄도 모르고 아까 낮엔 큰아빠께 전화나 한번 해봐야 할까 했는데, 이제는 모두 영영 늦어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문안 왔던 친척들은 임종을 보고 가셨고, 덕분에 많은 이들이 큰아빠 떠나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단다. 친척모임이 있으면 어서 파하고 친구모임에 가기 바빴던 큰아빠께, 문상 첫날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오가셨단다.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영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칠칠맞게 되려 위로받고 말았다. 내 마음 다 아실거라며 오히려 다독여준다. 차라리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큰아빠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영균이를 통해 전화로 대신 절을 올리고 대신 꽃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이렇게 큰아빠의 추억을 더듬는 것으로, 나만의 작은 식을 치른다.

최근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고통이 없을 거라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큰아빠, 편히 쉬시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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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국 전 날. 동네 횟집에서.


덧. 사진을 찾아보니 지난 봄 한국 갔을 때는 찍은게 없고, 2007년 출국 전 날 점심식사를 함께 한 사진이 있더라. 한동안 못 먹을 회를 먹인다고 부르시고는, 딸래미 보내고 어떻하냐는 아빠 대신 '네길 네가 알아서 가는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무슨 말씀인지 몰랐는데 이제와서는 어느 정도 진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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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여론의 일생

2009/08/23 22:48

전국민이 지지고볶고 싸우는것도 1년 여. 오늘도 끊임없이 문제는 제기되고 싸움의 꽃을 피우고 있다. '오늘의 떡밥'을 발견하고 읽다가 문득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흑백논리와 감정적 비난은 발전적 논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소모성 인신공격만 난무하게 하는 문제를 남긴다,'


이를 더 생각해보면 간단한 싸이클을 적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좀 자세히 보면,


누군가 특정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을 당시 상황, 발견한 문제, 바람직한 해결책 등등으로 정리해서 포스팅한다.

인터넷에서 그 문제의 글이 삽시간에 퍼지고 재생산된다.

재생산의 과정에서 그 여론은 당위성 같은 좋은 표현들로 잘 포장된다.

그리고 '대세가 대세'인 한국에서 여론이 급히 모아진다.

그 여론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비판의견이 나오면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시무시한 글들로 무찔러진다.

표면에 나타날 수 있는 반대의견들이 급히 줄어들고 당분간 동조자가 절대 우세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딱히 싸울 상대가 없다.

남은자들끼리 대국의 이상향을 잠깐 논한다. 공허하게.

처음 그 논란을 잊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대국의 이상향에 잠깐 집중한다.

논란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이 좀 모질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 딱히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대세가 대세'인 편리함을 빌어 적어버렸다.


시절이 시절이라 화 안내고 살기 참 어려워졌지만, 또 잘 보면 딱히 내가 화 안내도 되는 상황을 골라낼 수 있다. 오지랖이 미덕이라고 믿지만 암(癌)은 막아야할 것이 아닌가. 위의 싸이클을 떠올리고 함께 고려하면 골라내기가 좀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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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now we have 'ang'

2009/08/0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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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now we have 'ang'.


맨시티 구장의 상징이었던 철골물이 안전을 이유로 철거되고 있다. 안그래도 좀 후덜덜한 구조물이었는데 유지관리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집에서도 보이는 이 철골물은 점점 작아지고 있고, 곧 사라질 것이다. 지난 주말 산책나갔다가 본 안내판을 보고는 혼자 낄낄대고 웃다 포스팅한다. 인상적인 한마디; The B of the Bang sculpture is being taken down. 흠... So, now we have '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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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사진보정

2009/07/31 04:08

일단 사진부터 공개한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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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갔던 곳인데 사진이 칙칙하고 재미없게 나왔다. 이럴때 다니엘님의 팁을 이용해 재미있는 보정 따라하기. 쪼쪼렙늅늅히는 부드럽고 맑은 색감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투박하고 거친 선을 의도치 않게 뽑아낸다. 딱 갈쳐준 만큼만 해내는 것, 바로 그것이 쪼쪼렙늅늅히의 도리이자 능력의 한계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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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거슨 보정 후의 사진. 어째 더이상 보정이 아닌 재창조가 되어버렸다. 벽에 걸어놓고 '내가 그렸소' 해버릴깡...

결과는 구리구리할 지언정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만족한다. 나만 만족하면 돼.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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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오랫동안 끌어오던 '글쓰기'를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은 날이었다. 고로, 잠시 스쳐간 네이버에 '통과' '몸싸움' 직권상정' '날치기' 따위의 단어가 언뜻 눈에 보였지만 덤덤히 지나갔다. 물론 겉으로. 머릿속에서는... '샹, 올것이 왔나', '십센트 볍진색기들이 또' 등등의 생각이 들었지만 자꾸 저놈들의 훼이크에 넘어가서 각종 일보를 뒤지고 있노라면 나의 소박한 목표는 오늘도 안드로메다 직행이다. 5월 말경 이후 쓰나미처럼 몰려온 정치계에 대한 포기심리와 울트라시니컬상태도 한 몫 거든게 사실이고. 또 하나, 정족수를 넘는 국회'정회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대체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저질스럽고도 일견 신비한 그들의 능력을 약간은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바, 당연히 그 다음엔 '졸라 그건 아니다!'라며 들고일어날 누군가가 가처분 신청도 할 것이고, 요즘들어 업무량이 급증한 헌재에 소원도 함으로써, 마치 통과된 것 처럼 보이는 미디어법안은 어정쩡하게 있다 흐지부지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 후, '옆차기하네,' 한마디와 함께 내 워드문서로 돌아갔다. '망각의 쿨타임' 후에 '웅훼훼 훼이크였다'며 대열정비하고 나타날 경우는 내 소박한 목표를 성취한 뒤의 일이었다. 메신저에서는 이것좀 보라 저것좀 보라며 관련 링크가 쏟아졌지만 적당히 스캔하는 것으로 보낸 이들의 마음에 화답할 뿐, 솔직한 마음은 '정말 알고싶지 않다,'였던 것이다.

   대충 흘려서 네델란드와 프랑스 뉴스채널에서 '해당뉴스'를 보고 심히 쪽팔렸다는 블로그를 봤다. 그래, 늬들 참 쪽팔렸겠다... 안타깝게도 그 일은 얼마 후 나에게도 일어났다. 매일 밤 Family Guy를 방영해주는 BBC Three, 그 채널에선 만화 직전에 세계적으로 놀라운 뉴스, 하지만 대체적으로 챠암 시덥잖은 뉴스를 보여주는 30초 코너를 내보낸다. 평소에 일종의 만화 애피타이저 쯤으로 여기고 있던 그런 토막코너였다. 그 날 그 시각, 여전히 랩탑에 코박고 있던 나의 눈곁으로 너무나 익숙한 양복의 물결이 비쳤다. 아놔... 30초는 얼마나 긴 시간이란 말인가... 여태 피하고 피해왔던 '당시의 동영상'이 30초짜리 만화 애피타이저로 나왔을 땐, 눈곁으로 느끼기만 했을 지라도 너무나 익숙한 각이 나오는 바람에, 눈앞의 랩탑은 온데간데 없고 국회아수라장에 몸소 떨어진듯한 신비체험을 해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온몸에서 느껴지는 쪽팔림. 더불어 소파에 늘어져있던 나군이 벌떡 일으켜 앉으며 묻는다. '뭥미?' '......'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먼 산을... 볼 수도 없고 샹. 재빨리 신비체험에서 돌아와 여전히 랩탑에 코박고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잡념과 싸우며 겉으론 너무나 태연하게 모른척하는 내공을 발휘해야 했다. 물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 날 재차 물어올 땐, '구케 올림픽인가봐... (먼산)' 하고 넘어가는 게 나의 한계였다. 샹 니덜 국회가 뭔데 날 쪽팔리게 하냐.

   그 날의 기억은 여기까지다. 내 소박한 목표달성 후에 열폭하여 뒤지기 시작한 매체들에서는 나의 상상력을 그닥 벗어나지 않는,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었고 나의 열폭은 금세 가라앉았다. 개중에 나의 눈을 사로잡은건 '일당오'는 기본이라는 김성회 의원, (김성회의원의 '혁혁한 공'을 기사로 낸 조선일보 얘기는 패스,) '또' 끌려나간 이정희 의원, 영균이 말로 트위터에 '우리땅이니 공화국 하나 세우자'는 뻘소리를 지껄인 노회찬 의원. 이게 현실인거다. 나의 질문은, '왜, 김성회 같은 괴력의 인사가 한나라당에 있는가?' 또는, 왜 나머지당에는 없는가가 되겠다. 작년 닭장차, 올해 대한문에 이어 국회에서도 끌려나간 이정희 의원, 정말 이의원 과로사하는거 아닌가 걱정이 태산인데 끌려나가는 것도 맡아서 한다. 이정희의원을 지켜줄 괴력의 민노당의원은 어디에 있느냔 말이다. 이 시점에 '우리땅에 공화국하나 세웁시다,'는 넌센스다. 나는 우리땅은 커녕 자기땅도 변변히 없는 주제에 꿈 고만 꾸고 이정희의원을 찾아가 잡곡밥과 고기를 사라는 의견을 노회찬의원에게 강력하게 피력하는 바이다. (분당에 관한 얘기도 패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단지 박태환 금메달 딸 때에만 쓰는 말은 아닌 것이다. 한명한명이 얼굴에 개기름 좔좔이고 궁디살 피둥피둥한 것은 한나라당을 벤치마킹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디 이겨먹겠나.

   지난 일년간 그래왔듯 또 지지부진하게 '걸친' 일이 하나 추가됐다. 아 정말 지겹구나. 정말 눈 딱감고 3년정도 훅가길 바래본다. 요즘은 제댓날 기다리는 신병의 기분을 알랑말랑일 정도니 어쩌면 좋나.

   하요간 이걸로 나의 뒷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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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Flickr 써보기

2009/07/10 20:02

함 걍 해본다. Flickr는 진리인가 허접인가.

(이미 Flickr를 돌리는 과정에서 파폭의 IETab없이는 허당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공개로 해놓지 않으면 블로그로 끌어올수도 없다는... 일견 당연하지만 불만도 있고. 머...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Flickr에 비공개로 할 필요까진 없는거지만.

사진 테두리도 없어 멋대가리가 부족하고... (올리고 보니 블로그 설정상 자동으로 테두리가 뿅 생긴다.)

너무 불만투성이인가.;;

트래픽은 좀 아낀다는거. 리사이징 노가다를 줄일 수 있다는거.ㅋㅋ 고거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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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 감상 - 산할아버지

2009/07/03 00:54
갑자기 머리속에서 튀어나와 잊혀지지 않고 무한루프되는 노래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산할아버지'.

위트가득한 가사를 함께 감상해보자. (그리고 머릿속에선 지우자. 제발좀.)


산할아버지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오지.                             


이놈하고 벼락을 치시네                              

천둥처럼 고함을 치시네                              

너무 놀라 뒤로 자빠졌네                              

하하하하 웃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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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2009/06/25 19:58
철딱서니없는 늙은이들을 보고있자니 대략난감이다.

자기는 죽어도 누군가 자기 영정을 들고 뛰댕길만한 존재감도 없으니 가비야운 마음으로 손을 댔겠지만,

그 나이에 머리까지 가벼운 건 대체 어쩌란 말이냐.

반면교사를 감사해야하나.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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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2009/05/26 03:28
정말 이런건 상상도 못해봤다. 애초에 나쁜 일의 가능성 보단, 좋은 일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었다. 이건 원래 노짱시대 사람들의 미덕 아닌가.

책 읽는다고 랩탑을 일찍 접고 나서부터 늦잠을 자고 일어나기까지 한국에는 난리가 났더라. 비비씨에서도 같은소리를 한다. 그리고는 다음뉴스로 스리랑카에 도착한 반기문씨를 비춘다.

어찌 하루를 보내고 잠들기 전, 그를 상상해봤다. 몸을 날려, 큰 충격을 받기까지의 잠깐 새, 그는 잠시라도 자유로웠을까, 마지막 선택은 만족스러운 것이었을까... 이해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분위기가 차분해지고, 참여정부 각료들이 속속들이 자리를 잡고, 심지어는 '내 정부가 돌아왔구나,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하면서, 나도 이제는 조금 실감이 난다.

처음엔 기대었던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이 그저 안되었더니, 이제는 본인의 불행한 마지막이 안타깝다. 평생을 지켜온 것이 끝났다고 절망했을 그가 애처롭다.

결국엔 본인의 짐, 어찌보면 옆에서 박수치는 대가로 묻어갈 수 있는건 행운이다.  이번 노무현의 선택으로 행운의 유통기한이 길어진 건지도 모른다. 영웅이라는 빛나는 이름으로 멋지게 포장해서 희생의 제물로 써버리는 것을, 인류는 얼마나 더 반복할련지 아득하기만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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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2008/12/16 23:30

졸업을 했다. 별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졸업생 기분살리기에 총력이다. 그래서 덩달아 붕떠서 졸업식을 즐겼다.
졸업식 명단을 보니 수업을 같이 들었던 대부분의 아이들이 소속이 다르다고 다른 날 졸업을 하게 되었더라. 차라리 졸업을 하면 나았다. 아예 명단에 없는 아이들도 꽤 됐다. 그러고 보니 졸업을 하게된게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석사과정이 세개라도 졸업을 해야 보배다, 석사졸업으로 만냥 빚 갚는다(장학금 만파운드-_-), 등등 실없는 농담이 떠올라...큭.
그냥 '으례 가운입고 사진한방 찍는거지' 싶어서 '굳이 뭘 가나' 하고, '엄마아빠나 오면 구경이나 시켜줄까' 별 기대 없었는데, 졸업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졸업식이 그 모든 석사과정의 기억중에서 좋은 기억만 남게끔 해줬다. 해서, 논문을 내버린 날 보다, 훨씬 가뿐하고 상쾌한 마음이 됐다.
그런 기념적인 시간에 엄마아빠가 동행해주어 기쁨은 배가 되었고, 이제는 주저없이 '뜻 깊고 즐거운 석사과정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맨 처음 지원하기 부터 졸업을 하기까지의 시간동안 있었던 모든 인연에 고맙다.

탭의 압박

2008/11/19 04:45

'탭의 압박'이다. 내 브라우저를 보니 딱 그렇다.

나는 평소에 오페라브라우저를 쓴다.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사용하는 익스플로러에 점점 염증을 느끼고, 버전 7로 업그레이드하고부터 버벅거리는데 학을 떼기 시작하면서, 대안 브라우저를 찾기 시작했다. 원래는 얼핏 들어본 파이어폭스를 쓰려고 했던건데, 우연히 오페라를 찾아서는, 기다렸다는 듯 적응하고 즐겨쓴다. 단지 ActiveX가 안되는지라 한국에 있는 은행들의 인터넷뱅킹만 익스플로러로 쓰다보니, 오페라,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를 7:2:1의 비율로 사용하고 있는거다.

그렇게 바꿔갈 즈음, 모든 브라우저들에서 탭서비스를 시작했다. 편리한 점이라면, 창을 바꿔가며 브라우징을 하는 대신, 탭을 바꿔가며 브라우징을 하게되니, 사실 Alt키가 Ctrl로 바뀌었을 뿐 잘 모르겠다. 작업표시줄이 깔끔해진 정도? 어차피 나는 평소에 작업표시줄을 감춰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도 그닥 영향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탭을 굉장히 손쉽게, 많이, 자주 사용한다. 딱히 찝어 말할 수 있는 성격의 편리함이 아닌건지. 하여간 그렇다.

나에게 있어 탭은,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 되었다. 매일 들르는-정확히는 매일 출석하는- 뉴스홈페이지 및 자주가는 홈페이지들, 블로그들 등등을 줄줄이 탭으로 열어놓고, 그 모든 탭이 사라질 때까지 집중해서 읽어볼 수 있다. 하나하나 꺼내보는 대신 말이다. 내가 브라우징하는 방식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정보검색이 조금 더 중요해지면서, 탭을 끝도 없이 열고 있고, 그날 해결을 하지 못해 그 탭을 저장하고 다음날 거기서 다시 시작한다. (오페라는 그런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고는 닫히기 보다는 더욱 열리기만 하고, 지금 나름 정리해가며 닫고 닫고 닫은게 탭 18개다. 숨이 턱, 막힌다.

매일 꼭 다 정리하고 잘 수 있도록 해야겠다. 넘기고 다음날 또 들여다본다는게, 무엇보다도 쌓인다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몇일 보내보니, 몇일간 열려있다고해서 언젠가는 알아서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나날이 순회하고 추가창을 돌아보는 일상에, '꼭 그날 닫는다'라는 원칙을 한동안은 같이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탭의 압박'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라 그렇다.

졸업증명서는 어디로

2008/11/13 07:11
휘유... 아놔...

학부 졸업증명서를 들여다보려고, '영문졸업증명서'를 클릭했는데, '졸업예정증명서'가 뜬다. "뭐시여..."하면서 이번엔 '영문졸업예정증명서'를 클릭했더니, 역시 '졸업예정증명서'가 뜬다. "뭐시여?"

그렇다. 내가 갖고 있는 영문졸업증명서가 이름만 '영문졸업증명서'일뿐 실제 '영문졸업예정증명서'인 것으로, 파일을 만들어 쟁여둔지 2년여만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한글증명서랑 비교해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글졸업증명서'와 '한글졸업예정증명서'파일을 찾으니 한글스캔본은 또 예정증명서가 없다. 비교불가.

'참내, 원본 굳이 꺼내 봐야돼?' 하고는 각종 증명서류를 담아온 폴더를 꺼냈더니 그 안에는 대졸 이후 석사 입학관련, 영국 입국관련 서류만 있다.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가, 스캔본을 정성스레 마련했는데 원본을 '들고' 다닐리 만무한 것이다.

한때 정성을 기울였건만, 어처구니없게도 영문졸업예정증명서를 그냥 예정과 졸업증명의 두 이름으로 복제해놓은 채, 2년여간 울랄라 하고 있었던 거다.

하여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2년여간 들여다 볼 일 없었던 영문졸업증명서 따위가 나의 잔잔했던 마음을 들쑤셔놓는구나. 나, 원, 참,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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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스터의 쌍무지개

2008/10/27 05:07

여기 하늘이 아무래도 슬기의 감탄에 업되신 듯. 이정도면 가히 서커스 수준이다.
서머타임이 끝나는 바람에 진탕 자고도 10시에 일어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역시 같은 이유에서인지 하루가 길었다.(얼마만이냐~) 소파에 기대어 컴질이나 하다가 창밖을 봤을땐 하늘이 묘기중이었다. 그 장면을 함께 보실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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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쌍무지개!!

이런 믿기 어려운 풍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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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쪽 하늘에 걸려있는 쌍무지개. 마치 맨시티 구장의 아우라 같기도...;;


포스가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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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끝을 따라 가볼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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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로도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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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도 찍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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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남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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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패션으로 보면 이렇다는 말씀.(클릭하면 쬐끔 더 크게 보여요.)

아... 정말 요즘 눈이 호강한다. 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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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스터의 해돋이

2008/10/26 02:15

우와.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밖 경관이 장관이다. 사진을 아니 남겨놓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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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에 보면 그믐달도 째깐하게 보인다는거.

이사온 후로 해돋이를 즐겨보고 있지만 오늘은 유난히 빛이 화려하더라.

이렇게 거창하게 등장해놓고, 빨래가 빨리 마르리라는 기대를 엄청 하게 해놓고는, 하루종일 지나치게 흐리고 비도 겁나게 오고 바람은 칼바람. 뭐냐고. 아놔 만체스터 날씨.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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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박람회

2008/10/24 04:00

만체스터의 가장 큰(가?) 박람회장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전날은 과학, 엔지니어링이 주제였고 오늘은 금융경제경영. 사실 경제보단 경영이 더 가까운거 아닐까나...라는 전통적 의미를 내세워보지만. 아 됐고.

박람회를 한두번 가다보니 대략 시선끌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지만 그들은 상세한 설명을 담은 번지르르한 책을 배포하고, 덤으로 머그컵이나 스포츠 물병을, 가장 흔하게는 자기회사 로고가 박힌 볼펜 등을 나눠주는게 보통이다. 이미 생각이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업이 목표한 학교로 방문하는 설명회 같은게 더 쓸모있을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은 이미 홈페이지로 직접가서 책보다 더 자세한 글들을 읽은 바다. 이런 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학교 저학년생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재미? 아니라면, 학용품 및 기념품 수집엔 대단한 성공이겠고, 그런 점에서, 과학-엔지니어링 취업박람회를 한번 가볼껄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여긴 매년 '어느회사가 가장 끝내주는 기념품을 뿌릴것인가'도 만만치 않게 회자되는 곳이라. 작년에는 무슨 블루투스 카메라인지 뭐시깽이인지가 대박쳤다던데.

애리가 요크에서 이틀전 있었던 박람회가 심히 썰렁하였다는 소식을 전해준 바, 덩달아 김새버린 나, 그냥 홈페이지나 쟌니 뒤질까 하다가 Talk Programme이란게 있길래 거기에 의미를 두고 갔다. 한두개만 보고 와야지 했었는데 결국 세개를... UBS는 금융외에 얼마나 잡다한 업무가 존재하는지, 그러니 늬들이 관련전공이 아니더라도 지원할 이유가 월매나 많은지를 설명했다. KPMG에선 대략의 위험관리에 대해... 위험관리 정의를 쭉 보여주다가 자기 생각을 말하던 매니저, 위험을 모든 가능한 이익감소로 설명하는 그 경영스러운 관점이 맘에 안들어버리고... Loss의 그 막연한 의미라니... The Co-operative였나에서 나온 인사담당자는 입사지원서 잘쓰기에 대해 아주 명쾌하게 설명을 해줬다는.

그 Talk Programme 중간중간 각 회사들 부스에 들러 종이쓰레기를 받아오고, 이런저런 기념품도 받아오고. 들고다니기 힘들까봐 곳곳에선 회사 로고가 찍힌 가방도 나눠준다. 던지면 발광하는 얌체공이 젤 황당했다.;;; 금융, 경영, 컨설팅부문 회사만 한 80군데가 모이니 떡고물도 많더라. 제일 황당한건 초콜렛을 투하하던 켈로그였어. 켈로그도 금융산업에 뛰어든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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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의 풍경. 전시장이 비슷하지 뭐.


오늘의 박람회가 조금 유용했던건 Talk Programme외에도, 몇몇 회사의 신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이제 막 들어간 애들이다 보니 따끈따끈한 정보가 많다. 대단하다는 회사들일수록 시험도 많이 본다는데 그런걸 대비할 요령이라던가, 주요 정보처라던가. 방금 고지를 점령한 아이들이라 후하다. 런던 외에 만체스터 오피스의 자잘한 얘기도 듣고.

또 재밌었던 건 각 회사 찔러보기. "야,야, 요즘 경기도 안좋은데 너네 사람 안줄이냐? 까고 말해봐."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거다. 워낙 큰 회사들이라서 그런건지, 향후를 위해서인지, 또는 자존심인지 "우린 절대 안줄인다. 작년과 같다."고 말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는데. 바클레이스 직원과의 대화. "너넨 안줄여? 요즘 상황도 상황인데." 이때 바클레이스 직원 목에 힘들어가면서, "우리는 이번에 쫌 더 쎄졌걸랑. 후후후. 그래서 오히려 증원할 계획이야." 여기서 웃겼던건 이부분이다. 그 직원이 자세를 숙이며 목소리를 낮추고는 이런다. "저기, 네 등뒤에, 쟤들이야 말로 요즘 죽을똥 싸고 있을껄." 뒤를 돌아보니, RBS의 부스가 보인다. 우하하. 더 안습인건, 그러고 조금 있다 들이닥친 모 환경단체 학생들이 RBS 앞에 기습등장하여, 메가폰에 대고 "모년 모월, RBS는!! 무슨 반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모년 모월, RBS와 HSBC는!!! 어쩌구 반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모년 모월, RBS와 4개 기타 기업은!!!! 뭐시라 반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했고, 모년 모월, RBS가!!!!!..."하는 시위를 벌인것이다. 정말 그때 RBS직원들 기분 뭣같았을 거다. 이 학생들은 말리려는 주최측 직원과 숨바꼭질을 하며 메가폰으로 성토를 계속하다, 끝에 몇 욕지거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기대치 못했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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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이벤트. 사진찍을 당시 종이와 메가폰이 돌고 돌아 검은머리의 남자애가 외치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꼭 하려고 했던, CV 검토 요청. 학교 취업센터에서 CV체킹을 해주려고 자리를 마련했다. 평소에도 할 수 있는거지만,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예전에 대충 프린트해놨던걸 들고 나간터였다. 여기부턴 잘난척모드. 학교 어학센터쯤에서 나온것 같아 보이는 젠틀한 할아버지가 내 CV를 봐줬다. '야... 너 진짜 대단한 경험들 했구나.' -그게 좀 보기에 화려하지. 기가 차다는 듯, '너 영어는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 전공한것도 아니구만?' -내 영어가 대화 시작하고 3분간은 쓸만하다는건 나도 알아. '멕시코? 스페인어도 할줄 아냐? 진짜?' -역시 영국인들은 외국어에 감탄한다, 그전에 너네도 좀 배워보는건 어때. 이 할아버지 차근차근히 약간의 영국식 표현이나 스펠링을 고쳐주고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제는, 추천인은 들어갈 자리도 없이 가득찬 두 페이지의 CV가 결국 읽기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거였다. 더 문제는, 그렇다고 여백을 내기 위해 뭔가 뺄만한 내용도 없다는 거였다. 이 공간을 워쩔것이냐는 당면문제에, 조언 몇가지를 더 받고 일어섰다.

지나고보니 뭔가 알찬 박람회였던 것 같은... 사실 박람회 전시자의 입장이 아니면 둘러보는 것도 금방 지겨워지기 마련인데, Talk Programme 세개에 몇개 회사 직원들하고 수다떨고 할아버지한테 CV검토받으니 거의 박람회 시간 전부를 아낌없이 써버린 셈이 되었다. 개장한지 얼마 안되어 가서 폐장한다는 소리를 듣고야 나왔으니.;;; 박람회 너무 즐겨버린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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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덤. 집에 오는길에 시청사 대문에 태권도 챔피언쉽 플랑카드가 붙어있길래... 폰카메라라 내용은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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