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012/02/07 21:33
*7일 하루 한 줄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네. 오늘 읽은 "어린왕자"의 한 줄; Grown-ups are like that.

2012년 1월

2012/01/01 21:45
*1일 2012년이다! Erasmusbrug 의 불꽃놀이를 보며 새해를 맞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첫 날, Kralingse Bos 에서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만족했다. 한참동안 각종 소셜미디어들을 전전하다 트위터에 자리잡은 듯 하였지만 다시 아늑한 나의 공간으로 눈을 돌려볼까 한다. Home, sweet home.
*2일 ** 내일 오후 6시 15분 노르웨이가 예산 감축없이, 오히려 증축하여 새해를 맞은 비결을 소개한다고 한다. 일찍 나가서 일찍 들어와야지.
        ** 예전 같으면 옳다고 생각 했겠지만 요즘들어 아둔해 보이는 일들. 예를 들면 최소한 내 가족이니 계몽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장 등에서 한창 우기고 있는 엄마에게 낭창하게 훈계를 날리는 딸래미랄지, 거래처의 등살에 못 이기고 동화되어 대금결제가 늦어지고 있는 트레져리에 가서 깽판놓는 엑스페다이터라던가. 논리는 맞을지 모르나 맥락 따위 후룩 말아 마셔버린.
        ** 구두를 광 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균일하게' 광을 내는 것이다. 얼룩덜룩, 이 사이의 고춧가루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내 신발을 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오매불망해서 샀을 지라도 관리를 잘 하지 못 하면 /*똥*/ 되는 것은 순식간. 한참을 씨름해 보았으나 오늘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4일 새해는 훈훈해서 좋구나. 사람들 사이에 어떤 서먹하거나 불쾌한 일이 있을지라도 상관없다.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순간 만큼은 모두들 가진 응어리를 누그러뜨리고 온 마음을 다해 서로의 건강과 발전, 행복을 빌어준다. 1년치 덕담이라 그런 모양이다. 사람들은 바로 눈 앞의 이익에는 불을 켜고 달려들지만 대체로는 선하다.
*8일 새뽕 구매 실패.
*9일 갑자기 폰하우스에서 전화왔다. 새뽕 예약 성공. 스웨터는 왜 주냐.
*10일 아고 귀야. 귀가 아프네.
*14일 거대한 소파가 생겼다. 유후.
*15일 이사를 할 작정이다. 제로보드부터 옮겨야 한다. 맘만 설레고 진전은 없다. 그렇지 뭐.
*16일 나이키 플러스의 코치 스케줄. 호기심에 시작 누르고 보니 /*에부리데이*/ 해야 하는 스케줄이다.- _- 조낸 스파르타.- _- 의지가 사라졌어...- _- 오킬로미터 달리기에 참여 해 말아.- _- 우짜.- _- 응?- _-? 우짜.- _-
*17일 오킬로미터 도저어어어언. 하기로 하고 저녁에 바로 쳐묵쳐묵 뒹굴뒹굴. 내일 고민은 내일.
*18일 워드프레스 구경하고 있으니 블로그는 역시 설치형이 맛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으흠. ftp 구경하고 있으니 또 조금 신나는구레.

이것은 일기인가.

2010/03/14 19:53

머리가 빙빙 도는구나.

늦은 점심을 먹고나서 어디까지나 예방차원에서 종합감기약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더니만
한 시간 만에 입질이 온다.

다가오는 한 주를 위해 장을 보고 와서 지나가는 한 주를 장식하는 빨래마저 돌려놓고 드러누우니
약 기운을 핑계대고 한 숨 쳐잘 분위기가 무르익는거다.

장을 보러 가매 마치 눈에 제일 먼저 띈 옷가지를 뒤집어 쓰고 나온 게 뻔해보이는 차림을 하고
거기에 좀 더 둘둘 싸맨 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일본대표단의 전략이 그것 아니었던가.
부끄러운 옷차림을 하고 속도내기.
보통 갈색계열과 분홍계열을 매치하면 귀여운 분위기가 나오는데
이건 여느 더치가 보고는 '네가 추운나라 와서 고생이 많구나'할 그런 옷차림. 것도 나름 봄날이었건만.

하긴 여기 애들이 '네가 추운나라 와서 고생이 많구나' 하는건 순전히 여기 아이들의 무식함.
심지어 여기보다 따뜻한 만체스터의 아이들이 날 보고 감히(!!) '춥지않냐'고 시건방을 떨었지.
너넨 세계지리도 안 배우니... 영국 날씨 주제에...
하지만 한국에는 브루나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거 같다던 브루나이 처자를 기억하며
이런 상황에는 가능한 착하게-_- 한국의 날씨가 얼마나 익스투륌한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곤 하는거다.

하긴 기후차로 따지면 브루나이와 한국의 차이 보다는 한국과 네델란드의 차이가 더 가까운데.
겨울에는 비가 쳐오는-_- 데다 올해 겨울은 올레! 눈이 겁니 와서 잘 몰랐지만
봄바람이 살랑 불려고 하니 날씨가 딱 한국의 동절기다.
해는 쨍하고 공기는 매우 차고 건조한.

아마도 그래서 지금 내 아가미코가 이지경인듯.

영국에 있는 동안에야 전혀 문제랄 것이 없었지 마치 내 아가미코에 꾸준히 수분을 공급받는 듯.
그러나 해협을 건너오니 우선 살이 마구 텄어. 이건 멋진 랑콤크림으로 해결을 봤다.
이제 문제는 숨시기 챠암 곤난한 공기.

이미 사무실에서는 돌아가면서 한명씩 골골 거렸다. 나는 약간의 징후만 보이면 행동개시.
차를 마셔대고 귤을 마구 삼켰지. 그렇게 버티고 버틴게 이제 거의 한 달.

'아픈 상태'와 '안 아픈 상태'의 중간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닷.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아플랑 말랑 하며 안아픈 상태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나는 엣지녀 잘 살아남고 있다.

지금 먹은 감기약이 또 나를 금 밖으로 안나가게 막아주길 바랄 뿐.

오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봐주려고 했지만 참기로 했어. 아가미코나 좀 진정시켜보자스라.

어제 델프트에 있는 이케아 가면서 찬공기를 너무 마셔댔는지. 그래서 영화는 보류.

이케아 가는게 약간 후달리긴 했다. 오밀조밀한 델프트가 너무 귀여워서 구경하고 울랄라 뛰댕기다가
막상 이케아를 들어가니 이제부터 행군 시작이잖아.

걸어야 하는 마트 하면 까르푸가 짱인데. 정말 디지게 걷도록 설계를 해놔서 모두가 같은 곳으로 입장한 후 같은 곳으로 나오는데 그 와중에 자기들이 진열한 상품은 모두 훑고 가도록 되어있다.
중계동에서 장렬하게 망해버린 그 까르푸 뿐만 아니라 대륙 쿤밍의 까르푸도 행군의 절정이었어.
정말 도보마케팅의 끝장이구나 했지. 내가 이케아를 만나기 전까진.

이케아는 우리가 요만한 공간에 너네를 요로코롬 걷게 마련해 놨어,라며 대놓고 꼬불탕 지도를 곳곳에 설치하는 것으로 모자라 각 꼬불탕골목에는 최소 열개의 모퉁이를 설치해서 돌고돌고돌게 만들어놨다.
아마 가로질러 직진으로 뛰었으면 고등학교 때 강당보다도 작을거야. 축제 직전에 강당 뒤에서 수다떨고 빈둥거리다 후배들한테 뭐라도 한 마디 하러 가려면 정말 지겹게도 걸어야 했지.
그러니 이케아에선 한바퀴 다 돌기도 전에 지쳐서 마지막 화장실부품과 전구파트는 그냥 속보로 통과한다.
간만에 좁은 곳에서 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 돌고 났더니 집에 오는 길 기차 15분이 여삼추. 그 새 한 숨을 잤다네.

왜 하필 델프트인고 하니 거기에 하나 지어두면 헤이그와 로텔담을 한 방에 잡을 수 있잖아. 일타이피.
그래서 그런지 정말 그렇게 복잡한 이케아는 처음이었다.-_-
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 돌면서 덩치들도 피해다녀야 했어.

여하튼 길다란 책장 두개와 서랍장 하나를 마음에 두고 가서는,
눈으로 확인하고 따봉-_-b! 한담에,
계산하고 배달만 신청하면 되는데 하필 봐둔 서랍장 재고가 앵꼬났... 이 메이저 취향 어쩔...
그렇다고 내일 다시 와서 또 한바쿠 돈 담에 주문을 새로 하자니 나의 주말이 아깝고,
서랍 한 줄을 포기하자니 수납공간이 아깝다.
역시 체력보호;; 차원에서 서랍 한줄을 포기하기로. 맨 윗줄서랍이 제일 비싼거였구나. 비용이 옴팡 줄어든다.

주문 후 배달을 또 주문-_- 하려고 보니 무게가 좀 나가는 바람에 59유로.
게다가 집앞 1층을 넘어 윗층 집안-_- 까지 올라오면 20유로가 더 부과된단다.
야야 땔쳐 땔쳐 내가 지고 올라간다-_-
그러고도 배송은 월요일 저녁 6시에서 11시 사이;;에 된다니. 온다는거니 만다는거니. 차라리 너네가 이해 못하는 '인샬라'가 솔직하지 않니. 그 사이에 오면서 오고 있다고 문자를 날려주거나 전화를 해 줄 것도 아니잖아.-_-
원래 그런 거 안 하는 애들이잖아 너네.-_-

바로 집까지 안 지고 오는게 어디야 하면서 집에 일단 왔는데.
책들 박스에 쌓아놓고, 당장 안 입는 옷들을 몇 달씩 가방에 쳐넣어 놓고도 잘 지냈는데.
막상 책장과 옷서랍장을 사서 정리할 생각을 하니 몸이 단다.

우선 빈칸을 아래부터 마구 채워둔 다음에 위에서 부터 종목별 '정렬'을 해야지.
옷은 이미 어느 정도 나눠져 있으니 빛의 속도로 쳐넣어야지.
그럼 티비를 받치고 있는 책장은 장식장이 되겠구나. 아이 좋아.

원래 정리를 자주 잘 하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하면 맛이 가도록 한다.
해 놓으면 오래 -_- 가는 걸로.

해는 장렬하게 져버렸고 눈치까기 전에 벌써 일요일 저녁이죠.-_-
그제 어제 연달아 매우 늦게 잤는데 오늘도 버티면 월요일이 정말 삭막하지 말입니다.-_- 안 그래도 집에가서 책장 서랍장 조립할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할텐데.
이거 쓰고 뒹굴거리니까 잠이 깨고-_- 있는데 이대로 있다가 일찍 자버릴까, 하지만 좀 너무 말똥말똥한 경향이 있다.
저녁먹고 감기약을 추가 섭취해야지. 조금 일찍.

그래서 좀 늘어지게 자더라도 여유있게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도록.
내일은 병맛의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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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들이닥쳤다!

2010/02/01 20:22

2월이 성큼, 들이닥쳤다.

남들은 작심삼일이라지만, 나는 굉장히 몸사리는 타입으로, 뭐든 처음은 살살 가주는 편.

하지만 뮝기뮝기의 1월은 다 가고 난데없이 2월인고로, 갑자기 허둥허둥 하게 생겼...

는데 착각했던지 일주일 벌게 됐다. Lucky.


어쨌든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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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Password Assistance

2010/01/17 17:51
... 에서 이메일이 왔다. 비번 리셋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데? 내 구글 계정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웬 리셋?

이메일 내용을 보니...

"If you've received this mail in error, it's likely that another user entered your email address by mistake while trying to reset a password. If you didn't initiate the request, you don't need to take any further action and can safely disregard this email."

.......

어떤 십장생이가 내 계정으로 씨름한 듯.

누구냐 넌.

중는다 진짜...

한밤중의 넋두리

2010/01/09 23:00
또, 간만에, 아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궂은 소식 없이, 하나같이 즐겁게 또 열심히 지내고들 있다.

여기에서 비극은 궂은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하틍 한바퀴 돌며 인사를 남기고 나니, 기분이 살짜쿵 좋은 것이,

이대로 새벽까지 책 한 권 붙들고 뒹구리뒹구리 하면 딱 좋을 듯 하다.

다만 어젯 밤 이미 삽질을 한고로 무리.

괜시리 여러 서점 사이트들을 돌아본다. 이미 반년째 갈구하고 있는 기괴발랄한 책도 찾아보고 싶고...

이... 국가를 불문하고 팔아대는 전자책단말기는... 대체 시장동향을 알길이 없이 중구난방이다. 근데 이거 없으면... 전자책 못보는거냐?

알 라딘에서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아본다는 '한 때' 나의 일상... 이제는 엽기 혹은 초현실로 다가온다. 심지어 주문하면 2주내(!!)에 받아 볼 수 있는 영국 내 무료배송 서비스도, 최소한 읽을 수 있다는 매력에 아쉬워진다. 내 사랑 워터스톤즈.

로 테르담에 가라로 11층짜리로 만들어놓은 Selexyz... 전구역에서 영어를 쓰자면 쓸 수 있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기록은 모두 네어로 해버리는 바람에 찍기에 들어간다. 생각나는 대로 검색을 하는데, Cien anos de soledad이 원서로 있어서 반갑군하. 근데... North의 책도, Sempe의 책도 단 한 권도 없다. 헐쿠. 아... 검색기능이 별로인건가.

흠... 우짜까... 잠깐 우짜까 하는 사이 열을 받을대로 받은 랩탑님은 온다간다 말없이 기절해버린다. 이럴땐 블로그의 자동저장 기능이 구세주.

랩탑님을 그만 괴롭히고 조용히 침대로 찌그러져야 겠다. 챕터 6을 통째로 넘겨버린 그 책을 들고.

것참... 기분이 살짜쿵 좋네.


토요일 아침

2009/12/19 12:24
런던에서 공수해 온 미카의 신보 스페셜 에디션,

비로소 커피다운 커피,

롤빵과 훈제 고등어(응?),

눈 덮힌 풍경은 햇살 아래 반짝이고,

머드팩으로 얼굴은 시원하고,

이것 참 됴티 아니한가.

큰아빠

2009/09/01 21:31
  큰아빠 하면 몇 가지 기억들이 떠오른다. 아주 어릴적 큰아빠가 수건으로 내 머리를 말려주는 모습이나 큰엄마 큰아빠 영균이랑 함께 물놀이 하는 장면은 나중에 사진을 보고 또 봐서 머릿속에 남은 것이고, 내가 큰아빠 출근할 때와 놀러갈 때를 귀신같이 구분해내서 놀러갈 때만 쫓아가겠다고 나섰다는 일화는 친척들 사이에서는 명절 안주감.  그리고 동네에서 뛰어놀다 큰아빠한테 가서 입벌리고 개고기를 맛나게 얻어먹었다는 얘기도 못잖게 유명하다. 근데 이런거 말고, 오늘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얘기해볼까 한다.

  큰집은 늘 우리랑 이웃해서 살았는데, 한 번은 개천 다리만 건너면 되었던 때가 있었다. 할머니도 계시고 영균이도 있으니 매일같이 놀러갔는데, 같은 골목 앞집엔 자주 말썽을 피우는 젊은이랑 그의 어머니가 살고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그이가 그 어머니께 심하게 무례한 행동을 했던 것 같고, 그에 광분한 큰아빠는 좁은 골목에서 그이의 아구통을 날려버린 것이다!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큰아빠가 그이를 향해 여러 말썽은 둘째치고 어머니께 불손하다고 나무라신 거다. 그때는 그렇게 이웃 일에 나서는게 민폐보다는 미덕이었고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젊은이들이 숙이는게 자연스러웠다. 그는 머잖아 큰아빠와 그의 어머니께 용서를 빌었고, 좋게좋게 끝났던 거 같다. 그 때로부터 큰아빠는 '단호할 때도 있는 어른'으로 기억에 남았다. 늘 다정다감하고 재밌는 아빠와는 뭔가 다른,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건 좀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다. 초등학교 때, 새로 개통한 전철역엔 문구점이 들어섰고, 그 앞에선 늘 뭔가 예쁘지만 그다지 쓸모없는 것들을 팔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있고 아이템도 곧잘 바뀌다 보니, 지나가다 종종 멈춰 구경을 하곤 했다. 하루는 한손에 들어오는 통을 팔고 있었다. 안이 깊고 고무재질로 되었고 똑딱이처럼 열면 안에 거울도 들어있는, 반지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을 넣어놓기 딱 좋은 그것. 천원이었던가 이천원이었던가.  초딩이 재미로 사기엔 좀 비쌌던 것 같다. 친구랑 구경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큰아빠가 나타나서는, 하나 골라보라더니 금세 사주고 가시는거다. 그러면서 영균이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얼떨결에 갖게된 그 통이 친구들한텐 꽤나 자랑거리였다. 그 보석함이라고 불러야하나 싶은 그 통은 아직도 내방 책상서랍에 있는데, 한참 외국동전들을 모아 넣어놓다가 동전냄새가 배는거 같아 비워두었다. 별 까닭없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그날, 서랍을 열 때마다 자연스레 그날이 떠오른다. 지금은 나와있으니 통이 서랍에 여전히 잘 있으리라고 생각 뿐.

여기 오기 전에는 모여서 식사를 하다가 무슨 얘기 끝에 내가 '잘 되겠죠,'라고 대답을 했는데 큰아빠가 '자세가 좋다,'며 칭찬을 하신 일이 있었다. 친척간에 낯간지럽게 칭찬하고 말고 할 분위기는 아니건만 순간 '아, 큰아빠가 이런걸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장학금 소식에 다들 왠지 모르게 축하하기 보다는 시샘을 감추기에 바빴던, 큰아빠만이 호탕하게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역시 우리 큰아빠야' 했던 그날이었던 것 같다.

늘 가까이 살다보니 가끔 불러 '재료가 남다른' 치즈떡볶이를 해주신다던가 재밌는 농담으로 웃겨주시던 거, 나보고 아빠랑 서로 내딸래미라고 하던 기억, 종종 외식하면 같이 불러내어 먹던 거 등등 생각하자니 끝이 없다. 지난 번 한국 들어가던 날 마침 큰아빠 생신이었는데, 나 온다고 특별히 식당예약까지 바꿔가며 불러주셔서 두 집이 함께 했었지.

내가 까불까불하면 농담반진담반으로 '저녀석이 저거' 하고 웃으시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런 큰아빠가 이제는 이세상에 안 계시단다. 지난 주말만 해도 엄마가 늦기 전에 큰아빠 한번 뵈어야 할거 같다고 그러더니, 아빠가 병원 한번 더 가보고 얘기해준다고 했는데, 돌아가신줄도 모르고 아까 낮엔 큰아빠께 전화나 한번 해봐야 할까 했는데, 이제는 모두 영영 늦어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문안 왔던 친척들은 임종을 보고 가셨고, 덕분에 많은 이들이 큰아빠 떠나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단다. 친척모임이 있으면 어서 파하고 친구모임에 가기 바빴던 큰아빠께, 문상 첫날부터 정말 많은 분들이 오가셨단다.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영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칠칠맞게 되려 위로받고 말았다. 내 마음 다 아실거라며 오히려 다독여준다. 차라리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큰아빠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영균이를 통해 전화로 대신 절을 올리고 대신 꽃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이렇게 큰아빠의 추억을 더듬는 것으로, 나만의 작은 식을 치른다.

최근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고통이 없을 거라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큰아빠, 편히 쉬시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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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국 전 날. 동네 횟집에서.


덧. 사진을 찾아보니 지난 봄 한국 갔을 때는 찍은게 없고, 2007년 출국 전 날 점심식사를 함께 한 사진이 있더라. 한동안 못 먹을 회를 먹인다고 부르시고는, 딸래미 보내고 어떻하냐는 아빠 대신 '네길 네가 알아서 가는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무슨 말씀인지 몰랐는데 이제와서는 어느 정도 진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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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꺅. 팔월이닷. 하나루씨 집에서 빈속에 과음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옴.

2009년 8월 1일 트위터

*2일: 간단하게 청소하고, 산책하고, 오늘의 베스트는 역시 닭죽!
*3일: 단문포스팅을 하다보니, 날적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게다가 매달 뒷심부족의 극치랄까... 20일정도면 은근슬쩌기 흐지부지되는 날적이도 좀 그렇고. 나날이 단문포스팅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던데. 따라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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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여론의 일생

2009/08/23 15:48

전국민이 지지고볶고 싸우는것도 1년 여. 오늘도 끊임없이 문제는 제기되고 싸움의 꽃을 피우고 있다. '오늘의 떡밥'을 발견하고 읽다가 문득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흑백논리와 감정적 비난은 발전적 논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소모성 인신공격만 난무하게 하는 문제를 남긴다,'


이를 더 생각해보면 간단한 싸이클을 적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좀 자세히 보면,


누군가 특정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 불편함을 당시 상황, 발견한 문제, 바람직한 해결책 등등으로 정리해서 포스팅한다.

인터넷에서 그 문제의 글이 삽시간에 퍼지고 재생산된다.

재생산의 과정에서 그 여론은 당위성 같은 좋은 표현들로 잘 포장된다.

그리고 '대세가 대세'인 한국에서 여론이 급히 모아진다.

그 여론에 반대하는 의견이나 비판의견이 나오면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시무시한 글들로 무찔러진다.

표면에 나타날 수 있는 반대의견들이 급히 줄어들고 당분간 동조자가 절대 우세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딱히 싸울 상대가 없다.

남은자들끼리 대국의 이상향을 잠깐 논한다. 공허하게.

처음 그 논란을 잊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대국의 이상향에 잠깐 집중한다.

논란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이 좀 모질다 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 딱히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에, '대세가 대세'인 편리함을 빌어 적어버렸다.


시절이 시절이라 화 안내고 살기 참 어려워졌지만, 또 잘 보면 딱히 내가 화 안내도 되는 상황을 골라낼 수 있다. 오지랖이 미덕이라고 믿지만 암(癌)은 막아야할 것이 아닌가. 위의 싸이클을 떠올리고 함께 고려하면 골라내기가 좀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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