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국제시사프로 "W"를 봤다. 아쉽게도 프랑스 선거에 관한 내용은 놓쳤지만, 볼리비아의 코카 문제랑 스페인의 투우 논란을 매우 흥미롭게 봤다. 특히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이들의 말에는 곰살스런 정이 들어있는 듯 하여, 귀가 쫑긋해지기 마련이다.

 코카와 볼리비아의 멋쟁이 인디언 대통령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영국의 한 동물 보호주의자가 스페인의 투우경기를 유럽 전지역에서 금지하자는 안건을 유럽의회에 상정했다고 한다. 부결되긴 했지만 25%정도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한다.

 "W"에서 반대자로 영국과 까딸루냐 출신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다뤘다. 소를 잔인하게 괴롭히며 죽이는 게임을 사람들이 환호하며 관람한다는 것은 인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인데다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매우 오래된 전통이니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찬성자들은 주로 투우경기가 시작된 도시인 세비야와 투우로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마드리드의 시민들, 정부관계자들 및 투우사. 반대자들과는 반대로, 투우경기는 풍년을 위해 소를 신께 바치는 의미로 시작된 매우 오래된 전통이고 지역사회를 말 그대로 '먹여살리고' 있으며 더불어 투우경기가 없어지면 경기에 쓰이는 '투우-야생소'는 사육이 어려우니 방치되고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W"에서 보여준 투우의 일생은 다음과 같다. 목초지에서 자란 투우는 6개월이 되면 투우사들과 함께하며 각종 경기에 참가하며 단련이 되며, 투우경기날 추첨된 소는 먹방에서 4시간을 머물다 경기가 시작되면 밝은 빛 아래 흥분을 하게 된다. 경기 끝에 마따도르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되고 죽은 소는 식용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전공시간에 투우에 대해 들으면서 그 죽은 소의 귀가 최고급 식재료로 쓰인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선물용이었던가...;;) 투우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뤄낸, 우리식으로 말하면 완소-얼짱에 몸짱-꽃돌이 투우사는 스페인 사교계의 꽃이라는 사족과 함께.

 그럼 질문, 우리(우리-실재하는 관중 및 나같은 잠재 관중을 포함해서)는 정말 투우를 잔인하게 죽이고 품위없게끔 구경하고 있는 것일까. 대조를 위해, 여기서 잠깐 며칠 전 읽은 『육식의 종말』을 이 자리를 빌어 언급해보겠다. 유럽귀족, 특히 영국 상류층의 '쇠고기 사랑'은 더 많은 소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져, 그들은 더 넓은 목초지를 찾아 영국도 부족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진출하고 나아가 남미의 평원까지도 잠식하게 되었다. 그들의 '쇠고기 사랑'은 고소한 맛을 더해주는 지방질에 대한 탐욕으로 이어져, 소가 목초대신 기름을 파격적으로 공급해주는 옥수수 등 곡물을 먹게되는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영국의 취향이 미국의 육우정책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셈이다. 끝없는 그들의 '쇠고기 사랑'으로 인해 소 사육은 획기적인 유통, 포장의 발달과 함께 산업화, 기계화 되어, 목초를 찾아 평원을 가로지르는 대신 좁은 사육장에서 밤낮으로 공급되는 기름진 곡물을 먹다 도살장에서 목숨이 끊어지면 각 부위로 나뉘어지고 처음의 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트에 진열된다. 부위별 '고기'라는 이름으로 진열된 마트에서 소비자는 소의 사육과정, 도살과정과는 철저하게 격리되고 결과적으로 죄의식이란 전혀 없이, 이른바 '품위있게' 고기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또 질문, 평원에서 자유로이 큰 투우와 좁은 철장에서 앉지도 못하고 큰 식용소, 어느 쪽이 더 불쌍한가. 두 생물 개체의 일대일 경기를 공개적으로 관람하는 것과 절저히 상품화 된 소를 대량으로(그리고 비공개로) 도살하는 것. 어느 쪽이 인류로써 품위가 떨어지는 행위인가. 이쯤되면 동물보호의 관점이 왠지 비뚤어져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모든 것이 개발되지 않았던 그 때, 자연(그 때는 신이었으리라)에 풍년을 기도하며 소를 바쳤을 옛 사람들을 오히려 자연신(이 존재한다면)이 귀엽게 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 진정한 우권(牛權)은 어디있단 말인가...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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