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눈이 일찍 떠진 덕에 여유로이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스킴밀크 한잔, 커피 한잔 그리고 치즈 토스트. 네덜란드에서 고이 싸온 치즈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는 아까운 마음도 아끼는 마음도 없이 크게 베어냈다.
간만에 보는 겨울의 하늘이라 창을 살짝 열어놓고, 찬 공기를 느끼며 책상머리에 앉아서는, 흩날리는 흰 눈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비내리는 겨울의 런던, 쌀콩한 날씨의 네덜란드를 떠올리곤, 그래도 내리는 눈을 한 번은 봐야 겨울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섭섭이 보내던 겨울에 미련을 털어냈다.
이 눈이란 한 겨울 소복이 내리는 함박눈과는 날리, 어찌나 가벼운지 살랑 바람에도 공기를 가로로 그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더욱 싸늘해보이는 공기, 상대적으로 육중해지는 하늘. 그래도 2월부터 봄날씨라 낙담했던 나는 되돌아온 겨울이 반가워 온몸으로 맞이했다. 차가운 공기에 팔목이 굳는것 쯤은 되려 즐거움이라 하겠다.
쌓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눈을 창문 너머로 보면서 반가움은 어느 새 가시고 또 다른 불안한 마음이 엄습한다. 이제나 그치려나 저제나 그치려나. 쌓이지 않을 것을 알고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 내 손 안의 눈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 그저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기란 곧 떠날 기차를 눈 앞에 두고 종종걸음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아쉬움이, 그 허무함이 어디에 비겨질 것이냐.
흩날리는 눈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나는 해가 지고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짐을 느낀다. 이래서 모르는게 약이라는 건가. 없어지면 곧 죽을 것 같은 불안함과 아까움을 오늘 다시 반복해버리고 말았다. 결국은 쓸데없는 미련, 부질없는 욕심이 이런 것일진대. 비었음을 깨닫고 돌아서기란 이렇게도 섭섭하다.
가끔은 갖고 싶은 것이 생기고 곧 그게 내 것이 될 수만은 없음을 깨닫는 것. 이런게 나의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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