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쫌 하게 냅두라 마.

2008/10/10 09:55
레디앙에서 '괴물의 탄생' 서평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우석훈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책들을 하나로 묶는 화두라던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라던가 나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평소에 가끔씩 블로그를 통해 만나는 우석훈을 떠올려보며, 레디앙이 본의아니게 발가벗긴게 아닌가, 하고 푸훕 웃어버렸다.

레디앙의 질문은 다만 발랄했을 뿐이다. 나는 그 질문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조금 편치많은 않았던 것이, 블로그를 통해 우석훈이 섬세한 마음의 소유자일 것이라는 나의 추측과, 다른 한편, 뻑하면 선생으로 변장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존재이다.

아니라면 미안한 일이지만, 실제 섬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다. 여기까진 사실 별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의 이른바 '선생'들의 아우라가 참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생들 중엔 권위적이고,자신만만하며, 단정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걸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할 줄 아는 원리랑 같은 것인지. 그런 단정적인 권위를 전 국민이 학습하게 되는것인지. 하여간 무슨, 말을 못하게 하니까. 너무나도 금방, 너는 좀 닥치고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라던가, 뭐 겨우 그정도 실력 갖고 나불거리냐, 라던가, 하여튼 짖궂고 심지어는 무례한 반응들을 찾는게 내 머리맡의 안경 찾기보다 쉬운게 흠이라면 흠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사실 그렇다. 쉽게 만들고 소비해버리는 대중가요도 요즘 창작이 없는 마당에, 뭔가 새로운거 본지 꽤 되지 않았나? 너무 오래되서 그것의 상큼함도, 절실함도 잊어버린 것일까. 어쩌면 맨날 뻔한 소리를 돌리고 돌리니 꾸짖기도 쉬운지 모르겠다. 닭과 계란같이 뭐가 먼저인지 모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해진 데에는 꾸짖는 사회문화가 한 몫 했다고 생각하고, 그 꾸짖는 행위는 사실 꼰대들의 전유물이었으며, 그 꼰대질을 물려받고 싶어 환장하는 사람들이 사실 존재하고, 그 사람들이 흉내도 내기 시작하면서 누가 진짜 꼰대고 누가 유사꼰대인지 알기는 어려워졌다.

요는, 대관절 무슨 말을 하기가 편한 환경이 아니라는 거다. 금새 윽박지르거나 비웃어버리는 사람들은 대화를 단절시킨다. 사실 스스로 자기가 진보적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익을 빙자한 정신병자들의 막말은 두고두고 투표로 보전해주면서, 새로운 얘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한테는 너무 야박한 것이, 가끔은 역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당장 무슨 진단이 필요하고, 대안도 필요하고, 갈길은 멀고, 이렇게만 반복해서 떠들지 말고, 그냥 좀 얘기를 하게 놔두면 어떨까. 말이 되던 안되던 간에 말이다. 자유롭게 떠오르는걸 말하게끔, 다들 자세 편하게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묵묵히 들어보는건 어떨까.

너무 야박해서 그렇다. 너무 혹독하기만 하다. 환영하는 이보다 받아치고 다그치고 아작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수두룩이다. 대체 어느 자식이, 성공을 절규하는 부모한테 꿈을 얘기하며, 대체 어느 강심장이, 이런 사회에 대안을 제시(를 시도)하겠나.

이런 생각에 빠져드니 레디앙의 발랄하고 생산적인 질문도 반가움 반 두려움 반이다. 이런걸 보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댕보고 놀란다는 건데.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면, 소댕을 보고 놀랐다고 하는거지, 소댕이 자라라고 얘기하는건 아니다.) 단언하지만, 우리는 조금 많이 관대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니까 말 좀 하게 냅두라고.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www.yunism.pe.kr/trackback/236

Comments

  1. hanc 2008/10/10 15:21

    아! 시원해.

    perm. |  mod/del. |  reply.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
[Login][Open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