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내일 끝난들...

2007/08/01 07:16
간만에 이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간만에 정신 챙겼다는 증거다.)

인생이 내일 끝난들, 내 삶의 품질관리를 관둬도 될까.

뭐... 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실제 좋은회사는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있지만.)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한 노후를 보내자는 미친소리를 하는건 아니고. 내 삶을 어떤 식으로 그리느냐에 대한, 좀 더 밑그림에 가까운 구상일테다. 까고 말해서 풍족한 노후를 보낸들 그게 젊음과 현재가 아닌 노후인걸 어쩌란 말이냐는게 내 생각이기도 하고.

내 삶에 밑그림 그리기.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보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어서어서 메꾸기. 뭐 이런게 오늘 불현듯 그리고 다시금 든 생각의 주제라면 주제겠다.

중요한 질문 - 나의 삶은 어떠한가.

고딩때로 돌아가면, 주변에 새로운 친구들은 한마디로 어마무지한 장기들을 자랑하는 아이들이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음악을 들으며, 독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는. 배우고 즐기는 아이들에 둘러싸인 난, 다만, 약간의 상식과 논리를 가진 아이였다. 그러니 그들의 거침없음이 내눈에는 우르르쾅쾅하게 보이게 되고, 그때부터 나도 내 인생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노래를 좋아한다. 춤도 좋아한다. 음악듣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그리기도 전람회 구경도 좋아한다. 대화도 즐겁고, 토론은 더욱 더 신나고, 산책은 너무나 즐기며 여행은 날 황홀하게 한다.

문제는 그런 이상에서 시작한다. 아니, 그런 이상과 다른 현실에서 시작한다. 꼼짝않고 멍하니 앉아 나와 별 상관이 없는 TV를 응시하고 있는 삶, 매일 학교-집을 왕래하는 매일, 주말이면 드러누워 쭈욱 TV를 보고 있는 나날들.

그래서 나는 노래를 했다. 춤도 췄다. 연기도 하고, 토론도 하고, 사람들도 모으고, 여행을 다니고, 책도 읽고, 이상을 나누고,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하고, 그렇게 나는 내가 됐다. 토요일이면 녹초가 되어 낮잠을 거부할 수 없었던 고등학교때도, 그 낮잠을 이겨가며 시내 서점으로 발품을 팔고 나서야 행복감에 잠에 빠져들었고, 다양한 활동들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하루 대여섯개의 약속도, 주말에 두개의 엠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공부를 정리해야 할 시기가 왔다. 나에게 있어 그 시기란 8학기가 아닌, 7학기였다. 8학기는 그 다음을 위해 남겨뒀으므로. 내가 펼쳐놓은 관심사들을 모아 정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내가 평소에도 농담처럼 말하는 경제학 다이어트는 실제 혹독한 스페인어 트레이닝(돌아보면 혹독할 것도 없는데)덕에 배가 됐다. 공부를 위한 달리기의 시작. 목표를 향한 기나긴 레이스...가 아니라 정말 뛰어야만 했다. 집에서 역으로, 역에서 학교로, 도서관에서 강의실로, 학생식당으로, 다시 강의실, 도서관으로, 역으로, 집으로... 집중의 묘미를 알았지만, 그때 탄력을 받아서, 지금까지도 나의 활동영역을 스스로 많이 제한해두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흔히 하는 소리로, 한국인이라서 벌어지는 상황들이랄까.

무모한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 그 시도는 성공적이라 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난 해방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아직 완전히 해방은 아니라는 말이지만. 아무튼. 생각을 다시 해보는거다. 내 삶은 어때야 하는가. 미래를 위해 잠깐 아껴두고 미뤄뒀던 생활. 좋다. 지났으니까. 다시 옛날 모드로 돌아가야할 때라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똑소리 쏙들어갔다는건 지금의 나를 보고 하는 소리다. 남들은 반대라고 생각하지만, 내 삶의 본질을 따져봤을때 난 똑소리 쏙들어갔다고 본다.

단도직입적으로, 옛날 모드란, 그 내용이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어 내일의 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일의 나를 꿈꾸는 바가 있다면, 어제는 늦었으니 오늘이라도 내일을 살아야 한다는 거다. 내가 내일 수학 100점을 꿈꾼다면, 수학 100 점짜리 공부를 오늘 하고 있어야 하고, 내일의 멋진 댄서를 꿈꾼다면, 오늘 그 멋진 댄서만큼의 노력을 해야하고, 내일 100권의 책을 읽고자 한다면, 오늘도 어김없이 책을 읽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 전제와, 한만큼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리고 이건, 18세의 류바리가 지금의 류바리로 살아온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걸 잠시 잊고 있어,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제동을 걸어볼 참으로, 벌건 대낮에 비맞은 중처럼 궁시렁 대고 있다. 아 오늘 비 심하게 온다더니 그건 왜 안오냐...

암튼. 내 인생 품질관리를 위해, 내가 바라는 삶을 내일이 아닌 오늘 살기 위해. 잠시의 주저였다면 때려치우고 다시 거침없음을 유지해야겠다. 그럼 내일 인생이 끝난들, 그 오지도 않은 내일이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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